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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경스님의 관음향 11 '노숙자 분들께 무주문 배달식'
등록일 2020-12-19 조회수 1024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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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급식이 중단 되었다. 

그럼에도 특별히 후원해주시는 분이 계셔서 도시락집에 50개를 맞춰서 인근 노숙자분들께 ‘무주문 배달식’을 하게 되었다.


단순히 독거노인이나 집안에서 소외되어서 배회하는 노인분들이 아닌, 집도 절도 없이 노숙하는 최악의 조건의 노숙인들을 찾아 나섰다. 

‘춥고 배 고프고’란 어순을 통해 알 수 있듯이 밤새 추위에 떨다 날만 새기만를 바라는 분들에게는 배고픔보다 추위가 더 힘들기 마련인데 어제 오늘의 추위가 올겨울 들어 가장 기온이 많이 내려간 날이라 마음이 쓰이지 않을 수 없다. 

30대 초반에 미국 엘에이(LA) 고려사에서 주지를 할 적에 노숙인들을 보게 되는데 별로 일반인들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원더랜드’라 부를 만큼 사시 따뜻한 켈리포니아 날씨는 추위와는 거리가 멀어 혹한 추위가 있는 반대편 뉴욕인의 노숙에 말 할 것이 못된다 들었다. 

그래서 엘에이 노숙인은 뉴욕의 노숙인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뉴욕에서 엘에이까지의 도보의 노숙 여정을 감행하는 이가 있다고 들은 바 있다. 노숙인들의 노숙 환경의 신분 상승을 위한 정진행을 보노라면 추운 고통의 어려움이 가히 짐작되고도 남는다 

 

손수레에 도시락을 싣고 봉사자 몇 분과 함께 주변 노숙인들을 찾아 나서니, 종로2가 교차로에서 인사동 초입의 야외공연장이 비교적 햇살이 잘 드는 곳이라 몇 십 명이 옹기종기 앉아 있었다.

냉기에 저린 모습을 보면서 건네는 도시락은 온기가 아직 남아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싶었다. 물리적인 온기가 소화에도 이롭지만 마음의 온기를 느끼게 한다. 모름지기 음식에는 온기가 있어야 함을 이 순간일수록 더욱 절실히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요즘 코로나 사태로 빵이나 떡류 등의 대체식으로 어렵게나마 끼니를 때우게 하고 있지만 원각복지회 봉사자분들의 부엌에서 정성껏 조리하여 드리는 따뜻한 ‘집밥 온기’를 전해 드리지 못해 한없이 아쉽기만 하다. 

 그나마 아쉽게 전해드리는 도시락마저 못받아 드시는 어느 노숙인들이 있을법 하여 후미지고 외떨어진 곳에서 홀로 버려진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을 노숙인들을 찾아나서니 너무 얼은 몸이라 그런지 말도 못한 채 눈만 마주하고 눈빛 인사만 하는 듯 떨리는 손으로 도시락을 받으셨다. 

아직 식지 않은 도시락 밥을 건네며 “따뜻 할 때 어서 드세요” 라는 말은 하나마나 한 얘기였지만 그나마 온기가 있으니 다행이다 싶은 내심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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