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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원경스님의 관음향 6 '승소(僧笑)가 피던 날 '
등록일 2020-06-19 조회수 947 작성자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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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에 살다보니 혼자 끼니를 해결 해야 할 때가 많다.

때로는 남은 반찬을 비벼서 먹는 비빔밥이, 때로는 라면 한그릇이 저녁 요기가 돼곤한다.

오늘은 공양주보살님이 담궈두고 퇴근한 열무김치국이 생각나 국수를 삶았다.

 

열무의 이름이 '여름무, 라는 뜻인지는 몰라도 더운 여름에는 적격인 음식임이 분명하다.

푸른 빛과 풍미가 더욱 시원함을 주는 면이 있다.

먹거리가 마땅찮을 때는 삶은 국수에 열무김치만 곁드려도 열무국수가 되니 간편한 별미가 된다.

 

오랬만에 삶아보는 국수라 조금 낯설긴 했지만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에.

삶다보니 물이 넘치려하여 다시금 찬물을 조금 첨가하게 돼었는데 하다보니 마치 그게 정석인듯 하였다.

일이란 경험을 통해 심도 있게 알아져 가는것이 세상 이치인게다.

 

몇번인가 끓어 넘치려는 물에 찬물을 부어 가라 앉히기를 서너번한 후 3,4분 동안 삶아 내어 찬물에 씻기면 면발이 탱글하고 쫄깃하다.

국수가락 만드는 기술이 나아진 탓인가 나의 국수 끓이는 기술이 좋은 탓인가, 찬물에 씻다가 한가락 입에 넣고 맛보는 국수가락이 찰지고 고소하다.

옛부터 절 집에서는 국수공양이 나오면 스님들이 좋아라 웃는다 하여 승소僧笑라 별칭하였다.

별 반찬 없이도 담박한 절 살림에 어울리는 맛이어서 일까!

담박한 맛에서 해탈의 의미를 찾는 웃음이 아닐까!

선지식의 처소를 '미소실, 이라고 부르는 까닭이 새로와 진다.

 

담박함에서 송나라 시인 구양수(歐陽修)의 싯구가 생각난다.

 “세상은 참으로 맵고 짜구나(世好竟辛咸)

옛 맛은 역시 담박이 으뜸이라(古味殊淡泊)''

 

채에 받쳐 물기를 뺀 후 넉넉한 함지그릇에 담고 열무김치와 슴슴한 국물을 얹으면 '열무국수' 가 된다.

한여름 저녁 산그늘 질 무렵 돗자리를 깔고 산바람을 맞이한다면 그 선선함이 더해져 간편하고 담박하고 시원하여 한끼 공양으로 조촐하다.

 

오늘 저녁으로 승소라는 국수를 먹었으니 이름값으로 저으기 웃어볼 일이다.

솔바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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